진짜... 아직도 손이 떨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어. 아까 겪은 일이 마치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는지 몰라. 솔직히 말하면,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다들 그냥 내가 너무 피곤해서 헛것을 본 거라고 치부해버릴 것 같아서 망설여지기도 해.
하지만 이건 그냥 단순한 착각이 아니었어. 내 눈으로 똑똑히 봤거든. 가로등 불빛 아래서 일렁거리던, 물리 법칙 따위는 완전히 무시해버린 그 기괴한 움직임을 말이야. (아, 생각만 해도 소름 돋네...)
오늘 밤은 아마 쉽게 잠들지 못할 것 같아. 방 안의 불을 다 켜놓고도 자꾸만 구석진 곳에 드리워진 그림자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말이야.

그냥 평소랑 똑같은 퇴근길이었는데
오늘 하루는 정말 평범했어. 회사 업무도 딱히 특별할 것 없었고, 저녁 메뉴로 뭘 먹을까 고민하며 걷던 아주 지루하고도 익숙한 퇴근길이었지. 밤공기는 약간 차가웠고, 길가에는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만 들리는 적막한 상태였어.
나는 평소처럼 이어폰으로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를 크게 틀어놓고 리듬을 타며 걷고 있었어. 발걸음은 가벼웠고, 내 머릿속은 오로지 '집에 가서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셔야지'라는 생각뿐이었지. 정말 아무런 예감이 없었어.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이어폰 너머로 들려오는 음악 소리가 마치 멀게 느껴지기 시작하더라고. 주변의 소음이 갑자기 사라진 것 같은 기묘한 정적이 찾아온 거야. 마치 세상 전체가 진공 상태가 된 것처럼 말이야.
갑자기 발밑에서 뭔가 툭 끊어지는 느낌?
<며락) 길을 걷다가 문득 발밑을 내려다봤는데, 이상한 위화감이 느껴졌어. 가로등 불빛이 비치는 보도블록 위에 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거든. 그런데 그 모양이... 평소랑 좀 달랐어.분명히 나는 똑바로 걷고 있는데, 내 발끝에서 시작되는 그림자의 경계선이 마치 물에 젖은 종이처럼 흐릿하게 번져 있는 거야. 처음에는 그냥 가로등 불빛이 불안정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고 했어.
하지만 아니었어. 그림자의 끝부분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아주 미세하게 꿈틀거리는 게 보였거든. (진짜 이때부터 심장이 조금씩 빨리 뛰기 시작했어.)
분명히 가로등은 저기 있는데...
나는 멈춰 서서 주변을 둘러봤어. 가로등은 바로 머리 위에 아주 밝게 빛나고 있었거든. 물리적으로 보면 그림자는 내 발밑에 짧게 형성되어야 정상이야. 그런데 내 그림자는 마치 누군가 뒤에서 길게 잡아당기는 것처럼, 저 멀리 어두운 골목 안쪽까지 길게 뻗어 나가고 있었어.
빛의 각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방향이었지. 빛은 위에서 아래로 내리쬐는데, 그림자는 옆으로, 그것도 아주 기괴한 각도로 휘어져 있었어. 마치 중력을 거스르는 것처럼 말이야.
솔직히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너무 피곤해서 눈이 침침한가?'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어.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 아니었어. 그림자의 형태가 점점 변하고 있었으니까.

내 그림자가 아닌 것 같았어
그림자의 형체가 서서히 뭉쳐지더니, 마치 사람의 손가락 같은 것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 내 몸은 가만히 있는데, 바닥에 붙은 그 검은 형체는 마치 무언가를 움켜쥐려는 듯이 꿈틀대며 모양을 바꾸고 있었지.
그건 더 이상 나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그림자가 아니었어. 독립적인 의지를 가진, 어떤 어둡고 끈적한 존재가 내 발밑에서 깨어난 것 같은 느낌이었어. 소름이 쫙 끼치면서 뒷목의 솜털이 다 일어서는 기분이었어.
나는 숨을 죽인 채 그 광경을 지켜봤어. 숨소리조차 크게 내면 저 그림자가 나를 덮칠 것만 같아서, 정말 숨을 멈추고 한참을 서 있었지.
만큼이나 무서운 건, 그 그림자가 점점 내 발등 쪽으로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는 거야.소름 돋는 건 그게 나를 따라온다는 거야
무서움을 이기지 못하고 나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났어. 그런데 놀라운 건, 내가 뒤로 물러나자 그 그림자도 마치 자석에 끌리듯 내 발을 따라 빠르게 움직였다는 거야.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를 '추적'하고 있었어.
내가 빨리 걸으면 그림자도 아주 긴 보폭으로 나를 쫓아왔고, 내가 멈추면 그림자도 멈췄어. 하지만 그 움직임은 너무나 부드럽고 기괴해서, 마치 검은 액체가 바닥을 타고 흐르는 것 같았지.
누군가 뒤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강렬한 시선이 느껴졌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그 어둠 속에 무언가 굶주린 듯한 존재가 숨어있다는 확신이 들었어.
어두운 골목 안에서 마주친 기괴한 형체
나는 본능적으로 사람이 많은 큰길로 가기 위해 골목을 벗어나려 했어. 그런데 하필이면 그 순간, 저 멀리 어두운 골목 끝에서 아주 커다란 그림자 덩어리가 툭 튀어나왔어. 그것은 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괴물 같기도 하고, 뒤틀린 나무뿌리 같기도 했지.
그 형체는 가로등 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 아주 천천히, 하지만 아주 분명하게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어. 그 그림자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보도블록의 색이 변하고, 마치 생명력이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
그건 단순한 빛의 부재가 아니었어. 그것은 존재 자체로 주변의 공기를 얼려버리는 듯한 차갑고 무거운 압박감이었지.

도망치고 싶었는데 발이 안 떨어지더라
정말 미친 듯이 뛰고 싶었어. 심장은 터질 것 같고, 폐는 타들어 가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더라고. 마치 내 발등에 붙어있는 그 검은 그림자가 내 근육과 신경을 꽉 붙잡고 있는 것 같았어.
공포가 극에 달하자 몸이 마비되는 듯한 감각이 찾아왔어. 눈앞의 풍경은 일렁거리며 흐릿해지고, 오로지 내 발밑에서 꿈틀대는 그 검은 존재와 나 사이의 긴장감만이 선명하게 느껴졌지.
나는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어. 입안은 바짝 말라붙었고, 차가운 식은땀이 눈을 가릴 정도로 흘러내렸어.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렇게 한참을 어둠 속에서 떨고 있었을까? 갑자기 머리 위에서 아주 밝은 빛이 번쩍하며 터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 마치 누군가 아주 강력한 플래시를 비춘 것처럼 말이야.
눈을 떴을 때는, 나는 길가 근처 벤치에 앉아 있었어. 주변은 다시 평소와 다름없는 조용한 밤거리였고, 가로등 불빛도 정상적으로 비치고 있었지. 내 발밑의 그림자도 아주 평범한 모양이었어.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어. 방금 전까지 내가 겪었던 그 압도적인 공포가 결코 환각이 아니었다는 것을. 가로등 기둥 밑에 아주 작은, 검은 얼룩 같은 것이 남아있는 것을 본 순간, 나는 다시 한번 몸서리쳤어.

혹시 너희도 본 적 있어?
이 글을 읽고 있는 너희 중에도 혹시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있을까? 밤늦게 혼자 길을 걷다가, 분명히 내 그림자가 아닌 것 같은 기묘한 형체를 본 적이라든지... 아니면 주변의 빛이 갑자기 왜곡되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 말이야.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마. 그리고 절대로 그 그림자를 빤히 쳐다보려고 하지 마. 그냥 못 본 척,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계속 걸어가야 해. 그래야 그 존재가 너에게 관심을 갖지 않을 테니까.
오늘 밤은 정말 길 것 같아. 방 안의 모든 불을 켜고, 그림자가 생기지 않도록 구석구석 빛을 채워 넣어야겠어. 다들 조심해, 어둠 속에는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숨어있을지도 모르니까.

- 오늘의 일기 끝.
- 상태: 매우 불안함, 심장 두근거림.
- 할 일: 불 켜고 자기, 내일 낮에 밝은 곳으로 나가기.